
설이 되었다.
명절 설이라 연휴 시작전에 직장 동료들과 회식이 있었다.
또 한해가 가는구나!
흔들리는 발걸음에 권하는 담배 한모금 하고 오는 길엔 달이 훤하다.
다음날 숙취를 안고 일어나서 아점을 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차례를 지내야 하고 친척들 맞이 하려면..
청소가 끝나고 장을 봐야 한다.
농산물 시장을 가기도 했지만 번잡하기만 해서
나중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차례 장을 모두 봤다.
다음날은
집에서 차례음식들 하느라 동생들 가족들이 와서 떠들썩 하다.
정리하고 청소를 대중 해놓고
오후엔 사촌 종손형님네로 가서 술 좋아하는 형님들과 술한잔하고 집으로 온다.
그래도 젊을땐 가끔씩은 다들 기분내서 노래방에도 가고 했다.
설날 숙취를 안고 일어나
제기를 꺼내주고 차례상, 병풍을 꺼내놓고 큰집으로 가서 윗대어른들 차례를 먼저 지낸다.
떡국을 먹고 음복주로 해장을 한다.
음복이 끝나고 차례에 참석한 모든 친척들이 우리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온다.
현관 신발을 보니 얼추 30명이다.
차례를 모시고 음복을 하려 상차리고 보니 12시가 되었다.
이제 차례는 끝났으니 여유를 가지고 음복을 한다.
술이 거나해 질 때쯤 다들 일어선다.
서울 갈 사람, 구미로 포항으로 경주로 갈사람. 다 떠나고 나니 3시가 넘었다.
갈 사람 다 보내고
정리에 청소에.. 할 일은 많구먼
냅다 앉아 남은 술 한잔 마시고 있다. 아침부터 음복주에 하루종일 술을 마셨더니 대취한다.
피곤하기 그지없다.
다음날 느즈막히 겨우 일어나서 닥달하는 아내를 쫓아 처가어른들 점심시간에 맞추에 새해 인사 드리고는 뻗어 누웠다.
돌아와서는 어제 못 한 정리 청소를 늦게까지 마치고 앉아
눈코 뜰새없는 명절연휴가 왜 이리도 힘든가..
언제까지 이럴꺼나..
그랬는데.. 그랬는데 그 시절이 지나가 버렸다.
처가어른 돌아가시고
술 좋아하던 사촌형님이 70이 넘어 술병 들어 세상 버리고,
사촌 종손형님도 70후반이 넘어 암투병 하며 제사를 정리 하셨다.
나도 차례제사는 성묘로 대체 했다.
이번 설에 성묘를 갔다와서 강변을 걸었다.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차다.
하늘은 파랗고 푸른 강물 위로 물새들이 날고 있는 저편에 태화루가 보인다.
태화루에 올라섰다.
가리고 있는 콘크리트 빌딩들과 건물들..
콘크리트 다리들을 모두 걷어내었다.
그래놓고 보니
태화강이 굽이쳐 흐르고 삼산들녁이 아득히 펼져진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태화루 아래 나룻배가 사람을 실어 나르고, 먼 초가엔 연기가 피어 오른다.
푸른 강물위로 고깃배가 한가롭다.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문득 눈을 거두니
내 앞으로 비단옷에 갓을 쓴 양반들이 주안상을 하나씩 받아들고 양쪽으로 도열해 앉아 있다.
태화루 아래 준비소에선 고기 굽는 연기가 오르고 말들이 하마간에 매어 있다.
"한말씀 하시지요"
중앙 상석에 앉은 나에게
오른쪽 양반이 아뢴다. 내가 상석이라니..
다들 나를 주시하여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뭔 일인가 ..?
"반갑고도 반갑습니다. 정월 초하루에 모시게 되어 더 한 기쁨입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울산의 백성들이 더 풍요롭고, 만장하신 분들의 희망사항이 이루어지고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술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의 기쁨으로 오늘 하루 즐기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치자 모두들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즐기랍신다. 모두 잔을 드시오. 그리고 풍악을 울려라"
그러자 풍악이 울리고 어여쁜 관기들이 달려나와 한자리씩 앉아 술을 따른다.
나에게는 볼 빨간 여인이 얼굴을 숙이고 술을 따라 올렸다.
"참으로 이쁘도다. 그대는 누구인가 첨보는것 같은데.. 고개를 들어 보라."
"..."
말이 없자 이번에도 오른쪽 양반이 거들었다.
"사또께서 고개를 들라하지 않느냐 고개를 들라"
그러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 아니.. 그대는
.
.
.
.
홍.. 홍..
홍여사.. ?
홍여사가 여긴 어쩐 일이오"
홍여사는 어릴적 같이 자란 친구였는데..
"술 한잔 하러왔소. 노래도 한자락 하려고.."
홍여사 천천히 일어서며 옷매무시를 고치더니
"풍악을 울려라~ 온세상 떠들썩하게
풍악을 울려라~ 내 님이 춤출수 있게.."
풍악소리가 노랫가락에 실려 태화강으로 넘쳐 흐르고 있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 도포자락 휘날리며 춤을 추었다.. 덩실 더덩실~
이게 뭔 일인가..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보니 파란 하늘과 푸른 강물에 눈이 부시다.
태화루가 보이는 따뜻한 벤취에 앉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가..
인생 일장춘몽이라더니
오늘은 일장동몽일쎄.. 허허 그참!
[일장동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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