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생포 고래마을 언덕에 오르니
눈앞엔 수국이 천지로다.
푸른 꽃, 보랏빛 꽃,
바다를 닮은 꽃들이
언덕 가득 피어나
옛 기억을 덮고 또 깨운다.
지금은 꽃길이 되었지만
한때 그곳엔 정답던 내가 살던 집이 있었다.
낮이면 아이들 웃음이 골목에 번지고,
저녁이면 밥 먹으라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가
바닷바람을 타고 집집마다 스며들던 곳.
그 집은 이제 없고,
골목도 사람들도 세월 따라 흩어졌지만
언덕에 서면 아직도
그 시절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던 마당 평상에 앉아
요양차 오시던 서울 외할아버지는 술 한 잔 기울이시며
멀리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참 좋다.”
짧은 한마디.
그 안에는 바다도, 가족도,
고단한 삶도, 행복도 함께 담겨 있었다.
세월은 집을 데려가고
사람들을 추억 속으로 보내었지만,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바닷바람도 변함없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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